페이지 속 세상

몰입 : 저자 서울대 황농문 교수님

Baileya 2023. 7. 23. 02:58

유튜브를 보다 우연히 세바시 (세상은 바꾸는 시간)의 강연자로 나온

황농문 교수님의 강의를 접하고는 교수님이 쓰신 책

"몰입"을 찾아보게 되었다. 

 

15분짜리 동영상에서 교수님이 말씀하신

집중과 몰입에 강한 호기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짧은 강의였지만 간단한 예로 몰입을 시도해 보거나

어느 정도 성공한 학생들의 진솔한 경험이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구입한 "몰입" 합본판 100쇄 기념 에디션은

거의 800페이지가 넘는 책이라 천천히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기 시작한 후로는 정신없이 읽어 내려간 책이었다. 

 

 

책에서 말하는 몰입에서 느끼는 감정은

충격적이면서도 경외롭기까지하다. 

 

 ... 이처럼 주어진 문제를 몇 개월 이상 자나 깨나 생각하다 보면 마치 아이를 잉태한 듯한 느낌이 들고,

몰입 끝에 해결한 최종 결과는 마치 내 아이처럼 느껴진다.

 

또 그 결과는 신성하게 느껴지면서 상대적으로 나 자신은 하찮게 생각된다.

내가 죽으나 하루살이가 죽으나 세상은 변함이 없지만,

이 결과만은 내가 어떠한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상에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마저 든다.

 

나는 처음 몰입을 경험했을 당시 특별히 종교활동을 하지 않는데도

이러한 종교적 감정이 강력하게 느껴져서,

주위 사람들에게 아마도 종교가 이렇게 생긴 것 같다고 이야기하곤 했다. 

 

 

몰입은 한가지 문제에 대하여

천천히 생각하고 풀어보는 방식을 말한다.

 

즉 슬로우 싱킹인데,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배워온 열심히 생각하는 방법 (Think Hard) 과는 조금 다르다.

 

슬로 싱킹은 문제의 답을 미리 보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로 우선 스스로 풀어보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관련 교육자료나 연구서 등을 찾아보며 조바심 내지 않고

의식이 있는 한 생각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문제에 대해 천천히, 깊게, 오랫동안 생각해 보기를 권한다. 

 

이러한 생각하기 방식을 일반인들,

즉 학생이나 직장인들은 일상에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책을 다 읽은 후 내가 생각하는 몰입 적용 방식은 아래와 같다. 

 

1. 어린 아이들

 

주입식 학습방법 (예: 구구단)을 피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방법으로 배울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준다.

 

산수의 기본 개념을 자동으로 외우게 하지 않고 원리를 파악할 수 있도록

천천히 이해시켜 주고, 한글과 영어가 어떻게 다른 조합으로 글씨가 되고

문장이 되는지를 체득할 수 있는 환경이다.

공부한다는 생각보다는 앞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스킬을 배우게 한다는 마음으로

학습이 어렵고 힘든 것이라는 생각이 절대 들지 않고

놀이가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2. 입시생 

 

불필요한 인간관계나 소모적인 활동은 의식적으로 제한하고

오롯이 이루고자 하는 학업에 집중하는 환경을 만든다.

게임, SNS, 휴대폰 등은 집중을 방해하므로

생각하고자 하는 시간 동안은 절대 방해금지 모드로 바꾼다.

 

문제 풀 때는 답을 먼저 알고 풀기보다는

기본 개념을 숙지한 후, 한 문제를 풀더라도 손과 필기 없이 머리로만 풀어 본다는 자세를 가지고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 사고하여 머리로만 풀어본다.

하루 한 시간 정도는 반드시 땀 흘려 운동하는 시간을 가져 컨디션을 유지하고

생각도 의식적으로 쉬게 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한다. 

 

잠을 덜자고 공부한다는 계획은 애초에 가져서는 안 되고

공부하다 낮에 졸리면 30-1시간 정도의 선잠을 자도록 한다.

 

아침 7시-밤 10시까지는 일과를 수행하되 취침은 밤 11시를 넘기지 않는다.

 

3. 직장인 또는 사업가

 

맡은 업무나 처리해야 할 일을 한시도 의식에서 놓지 않겠다고 결정하고

천천히 생각하기를 반복한다.

 

여기서 생각하기란

고민하고 걱정하는 생각이 아니라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시뮬레이션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을 말한다.

회식이나 모임 등은 의식적으로 자제하고

문제를 풀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

(예: 관련 서적 찾아보기, 그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가기, 이도 저도 아니면 운동하기)에

내 시간을 쓴다.

 

나의 경우 내가 미처 느끼지 못한 몰입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직장생활 8년 차 무렵,

내가 일하고 있는 영역에서 승진하거나 더 많은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전문 자격증 (회계사)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오랜 고민 끝에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자격증 강의 신청부터 하고

시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평일엔 2시간 (출근 전 1시간, 퇴근 후 1시간), 주말엔 8시간의 시간을 내어

자격증 공부를 하였고 1년 4개월 만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였다.

 

이때 내 모든 목표는 시험 합격이었고

시험 공부할 시간을 만들기 위해 TV 시청, 모임,  회식 등

집중이 흐려지는 것들은 모두 중단하였다.

 

회사 업무가 문제라면 문제였는데 업무 시간에는 최대한 집중하되

점심시간이나 금요일 오후 같은 한가로운 시간에는

음성 파일 강의를 들으면서 업무 처리를 하곤 했다. 

 

그렇게 15개월 정도를 하고 최종 4과목 모두 합격했을 때의 성취감은

아직도 생생하다.

 

돌아보면 아쉬운 점도 있다.

이때 교수님의 몰입을 이해했더라면

그렇게 빡빡한 일정에서도 내 시간을 내어 땀 흘리는 운동을 꼭 하였을 걸 싶다.

 

대학 입시든 뭐든 밥 먹는 시간까지 아껴가며 공부해야 한다고 가르침 받은 나는

몸과 마음을 쉬게 해 주고 더 나아가게 해주는 동력인 땀 흘려하는 운동의 가치를 몰랐었다. 

 

요즘 나의 몰입 주제는 풍요로운 은퇴 생활이다. 

 

아직 40대 초반의 나이지만

아이가 대학에 입학한 후 남편과 다시 둘만의 생활로 돌아가면서

계속 얘기하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

 

풍요로운 은퇴는 어떤 의미일까?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하지 않아도

지금 수준의 생활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건강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 수입을 어떻게 관리하고 투자해야 할까? 등의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몰입과 걱정은 다른 차원의 생각이다.

 

몰입은 스스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능동적인 뇌 활동이나,

걱정은 그저 떠오르는 생각의 조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