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본질 - 특별한 이야기

孝 강요하는 사회 - 어버이날 전화하지 않은 딸

Baileya 2023. 5. 21. 03:56

"니는 엄마아빠도 없나?"

자려고 누웠는데 아빠한테서 온 카톡이다.

갑자기 또 왜 이러나 생각해 봤더니

오늘은 5월 10일. 한국 어버이 날인 5월 8일에서 2일이 지난날이었다. 

 

부모님과 전화하지 않은지 몇 달이 다 되어간다.

남동생일로 엄마랑 전화로 대판 싸운 뒤

더 이상 한국 부모님 생활에 내가 관여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마음을 놓은 상태였다.

 

 

출근길, 엄마랑 대판 전화로 싸우고

섭섭한 마음에 눈물이 나는 걸 억지로 참으며 나는 사무실로 들어섰고

찢어지는 마음을 덮고 오전 미팅을 마쳤고

덤덤하게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여전히

야근하고 돌아온 날이 몇 달 전 아침이었다.

 

아빠의 문자를 받고 상처 투성이였던 그날의 내가 다시 올랐다. 

 

왜 나는 아직도 부모님이 주는 상처에 아파하고 힘들어할까.

 

나이도 40이 훨씬 넘은 이 시점에,

사랑하는 남편과 건강한 아이와 당당한 내 직업이 있는 내가.

 

더군다나 한국과 미국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리적인 거리가 있는데도

아직도 엄마와 아빠의 문자 하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나 자신이 싫고

부모님도 싫고 다 싫다.

 

아빠의 문자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지만 일단 잤다. 

 

다음날 아침. 그래.. 그래도 부모님인데..라고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 응.. 아빠. 별일 없지요? 문자로 그렇게 짜증을 내고 그래.."

미안한 목소리로 달래듯 전화한 내게 아빠는 다짜고짜 화를 낸다

 

" 생각을 해봐라!! 어버이 날 전화 한 통 안 하는 게 정상이가! 어?!" 

하.. 또 이런식의 대화.

출근해야 하는데 내가 왜 괜히 전화해서 이런 말 듣고 있을까

 

" 아니, 전화하자마자 이게 이렇게 소리 지를 일이가..

내가 일부러 전화 안 한 것도 아니고, 일이 바빠서 잊은 건데.

자식이 내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 옆에 끼고 있으면서

가한테 어버이날 대접받으면 되는 거지.

왜 자식 대접도 안 해놓고는 부모 대접을 받으려고 하노??"

 

" 뭐라카노?? 어? 어? "

또 대화가 안된다.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는데, 그 후로 계속 전화가 온다.

 

이방인의 신분으로 다른 나라 언어로 일하고 돈을 버는 생활이.

이곳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게 그냥 살아지는 것으로 아는 우리 부모님을,

나는 어디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아침에 출근하는 딸에게

어버이날 전화 안 한 사실에 대노하는 아빠가 잘못한 걸까? 

어버이날 전화 안 한 내가 더 잘못한 것일까?

 

우리 부모님 말마따나, 나는 정말 못땠고 부모도 모르는 천하에 나쁜 년인가.

 

몇 번이나 걸려오는 아빠 전화를 꾸역꾸역 받지 않고

나는 다시 출근길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 그래, 어차피 부모도 모르는 나쁜 년 된 거..

내가 뭐 어떻게 설명하고 말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