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는 엄마아빠도 없나?"
자려고 누웠는데 아빠한테서 온 카톡이다.
갑자기 또 왜 이러나 생각해 봤더니
오늘은 5월 10일. 한국 어버이 날인 5월 8일에서 2일이 지난날이었다.
부모님과 전화하지 않은지 몇 달이 다 되어간다.
남동생일로 엄마랑 전화로 대판 싸운 뒤
더 이상 한국 부모님 생활에 내가 관여하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아
마음을 놓은 상태였다.
출근길, 엄마랑 대판 전화로 싸우고
섭섭한 마음에 눈물이 나는 걸 억지로 참으며 나는 사무실로 들어섰고
찢어지는 마음을 덮고 오전 미팅을 마쳤고
덤덤하게 동료들과 점심을 먹고 여전히
야근하고 돌아온 날이 몇 달 전 아침이었다.
아빠의 문자를 받고 상처 투성이였던 그날의 내가 다시 떠올랐다.
왜 나는 아직도 부모님이 주는 상처에 아파하고 힘들어할까.
나이도 40이 훨씬 넘은 이 시점에,
사랑하는 남편과 건강한 아이와 당당한 내 직업이 있는 내가.
더군다나 한국과 미국이라는 어마어마한 물리적인 거리가 있는데도
아직도 엄마와 아빠의 문자 하나 말 한마디에
상처를 받고 힘들어하고 괴로워하는 나 자신이 싫고
부모님도 싫고 다 싫다.
아빠의 문자에 여러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들었지만 일단 잤다.
다음날 아침. 그래.. 그래도 부모님인데..라고 생각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 응.. 아빠. 별일 없지요? 문자로 그렇게 짜증을 내고 그래.."
미안한 목소리로 달래듯 전화한 내게 아빠는 다짜고짜 화를 낸다
" 생각을 해봐라!! 어버이 날 전화 한 통 안 하는 게 정상이가! 어?!"
하.. 또 이런식의 대화.
출근해야 하는데 내가 왜 괜히 전화해서 이런 말 듣고 있을까
" 아니, 전화하자마자 이게 이렇게 소리 지를 일이가..
내가 일부러 전화 안 한 것도 아니고, 일이 바빠서 잊은 건데.
자식이 내 밖에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사랑하는 아들 옆에 끼고 있으면서
가한테 어버이날 대접받으면 되는 거지.
왜 자식 대접도 안 해놓고는 부모 대접을 받으려고 하노??"
" 뭐라카노?? 어? 어? "
또 대화가 안된다.
그냥 전화를 끊어 버렸는데, 그 후로 계속 전화가 온다.
이방인의 신분으로 다른 나라 언어로 일하고 돈을 버는 생활이.
이곳에서 하루를 살아내는 게 그냥 살아지는 것으로 아는 우리 부모님을,
나는 어디서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아침에 출근하는 딸에게
어버이날 전화 안 한 사실에 대노하는 아빠가 잘못한 걸까?
어버이날 전화 안 한 내가 더 잘못한 것일까?
우리 부모님 말마따나, 나는 정말 못땠고 부모도 모르는 천하에 나쁜 년인가.
몇 번이나 걸려오는 아빠 전화를 꾸역꾸역 받지 않고
나는 다시 출근길에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한다.
' 그래, 어차피 부모도 모르는 나쁜 년 된 거..
내가 뭐 어떻게 설명하고 말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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