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의 본질 - 특별한 이야기

20년차 부부 _ 남편 이야기 1

Baileya 2024. 9. 7. 10:03

 

 

나는 남편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주로 내가 하는 편이고 그는 듣는 역할이다. 

 

남편이 잘 들어주는 사람인지는 연애할 땐 잘 몰랐다.

그때야 남자들이 워낙 여자 친구한테 잘하는 시기니까 다들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결혼한 부부의 많은 문제가 " 말하기와 듣기" 에서

오는 것을 알았고, 결혼의 만족도를 결정하는 많은 부분임을 깨달았다. 

 

내 얘기를 들을 때 남편의 반응을 별건 없다. 

 

" 아 진짜?"

" 그랬어? 게가?"

" 그래..그럴수 있겠네"

 

내가 누굴 욕하거나 불평할 때는 나보다 더 화내준다.

" 그시키가 미친나?! 아니 도른거 아니야?"

 

 

남편은 부산 출신이다. 

부산 남자들이 무뚝뚝하다는 것은 정말 케바케다. 

 

그들의 빠르고 거친 사투리에 속깊은 아내 사랑이 묻혀진다고나 할까? 

 

 

남편은 내가 전화하면 거의 95% 이상 받는다.

나는 남편이 전화하면 받는 확률이 60%정도 된다.

 

바쁘거나 미팅중이라 못 받기도 하지만

점심 먹을 때나 수다 떨고 있을 때도 방해받지 않기 위해 남편 전화는 일단 미룬다. 

 

그런데 그는 회사서 점심 먹다가도 내가 전화하면 받고,

집에서 샤워 하다가도 내 전화는 받더라.

저녁 준비 하다가 내가 너무 카톡을 해대면

요리한다고 그만하라고 다시 카톡 하고 요리한다. 

 

 

 

내가 부탁하면 늘 들어준다.

바로 들어주지 못하는것은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고 해주려 한다.

 

인터넷이 늦다고 하면 속도를 확인해 주고,

음식물 쓰레기는 말하기도 전에 옆에와서 정리해 준다.

 

저녁 설거지는 그냥 알아서 먼저 하고

그로서리 장은 제일 가벼운 라면, 과자가 든 봉투만 들게 한다. 

 

더울 땐 차에 미리 에어컨 틀어주고, 추울 땐 히터도 미리 껴놔 준다. 

집에서 걸으면 10분 거린데,

퇴근 후 내리는 버스 정류장엔 항상 강아지 데리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다. 

 

겨울엔 춥다고 데리러 나오고 여름엔 덥다고 데리러 나온다. 

 

요리도 잘한다. 특히 불을 잘 다루어 바비큐나 스테이크는

우리 집에 오는 손님들이 너무나 좋아한다. 

 

말하자면 100가지가 넘는데, 이렇게 쓰고 보니 많긴 많다. 

 

일찍 결혼해서 다들 후회한 적 없냐고 많이들 묻는다.

결혼하고 20년 넘게 그는 나를 단 하루도 무시한 적이 없다.

나를 가슴깊이 사랑하고 온마음으로 존중해 준다.

 

나의 어릴 적 상처와 결핍은 엄청난 남편을

우연히. 운 좋게. 만난 바람에 20년 동안 나도 모르게 보듬어졌고 치유되었다.